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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료 알러젠의 오해와 진실에 대하여


화해에 표시된 알레르기 주의 성분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할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다고 꼭 기를 쓰고 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만일 향료 알러젠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이는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물질이다.

알러젠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누구에게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전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물질이다. 이는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균도 아니요, 그저 피부 발진 기타 등등 알려지지 않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일 뿐이다. 그것도 일부의 사람들에게. (예전에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100만명 중에 한명이었던가? 숫자는 정확한 팩트는 아니다. 뭐 어떻게 보면 많은 것 같기도 적은 것 같기도...?)

물론, 나는 찝찝하니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있는 화장품을 쓰지 않겠다! 한다면 깔끔하게 무향 제품을 선택하면 속 편할 것이다. 필자 또한 민감성 피부는 무향 제품을 사용하라고 권장하고 싶다. 하지만 두가지 정도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여기에는 화해앱과 화장품 전성분 표기의 맹점도 포함된다.


1. 화장품에는 향료가 괜히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화장품 회사라고 향료를 괜히 왜 쓰겠는가? 그것 또한 원료이고, 단가에 영향을 미치며, 제품을 만들어내기까지 하나의 원료를 추가시킴으로써 얼마나 많은 단계와 인력이 소모되는데... 화장품에 향료가 들어가는 이유는 두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소소한 하나의 이유는 고객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AESOP 브랜드 제품같이 향이 브랜드 컨셉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거나, 소비자들에게 반응 좋은 향을 첨가하면서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등등...의 이유가 있다.

두번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러가지 원료들이 뒤섞인 화장품 자체의 취를 마스킹(masking), 즉 향을 입혀 덮어버리기 위해서이다. 생각보다 화장품 원료의 자체취는 좋지 않을 때가 있다. 물론 무취인 원료들도 있고, 정제 정도에 따라 원료 자체취의 강도가 상당히 약해질 수 있지만, 화장품 원료취의 범주는 상당히 다양하다. 텁텁한 취, 플라스틱, 실리콘 취, 알콜 취, 오일 취, 왁스 취같이 상상할 수 있을 만한 종류의 냄새부터 황취(유황온천, 미용실 파마약 냄새를 떠올려보자), 아민취(오징어 냄새라고 생각하면 딱 좋겠다), 가스취, 발효취(정말 상상 이상의 음식 썩은 내가 나는 원료도 있다), 침냄새, 토냄새 등등...

고객들이 더욱 더 많고 좋은 효능과 신선한 제품력을 원하는만큼 화장품의 원료도 다양해지면서 원료의 취도 다양해진 셈이다. 물론 제품을 개발할 때 원료 냄새가 심히 좋지 않으면 개발 단계에서 제외를 시키지만, 제품력을 크리티컬하게 좌우하는 효능이 있는 원료나 제형 상태, 발림성, 안정도를 조절하는 원료가 냄새가 좋지 않으면 이를 향으로 커버할 수밖에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원료들은 가만히 있지를 않고 고온, 직사광선에 의해 변성될 수 있다. 이 때 취도 크게 변하는 원료들이 있다. 고객들은 화장품을 그 제품에 적절한 항온 항습 환경에 둘 수 없다. 원료의 변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도 향은 필요한 존재이다. 


2. 과연 향료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일까?

향료 또한 원료 중 한 가지라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과연 향료를 구성하는 26개의 물질만이 피부에 알레르기를 유발할까?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EU의 SCCS는 '향료'의 알러젠을 지정했고, 이에 따라 식약처가 알레르기 주의 성분을 고시했는데, 이 때 졸지에 향료 알러젠 26종이 곧 알레르기 주의 성분 전체가 되어버렸다. 분명 셀 수 없이 새롭게 쓰이는 원료들 중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 또한 셀 수 없이 있을 텐데, 나는 개인적으로 향료가 뭔가 자극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물질로 총대를 멘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일례로,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를 들어보고자 한다. 
나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한창 수분크림 방랑기에 빠져있었다. 원래 처음에는 L브랜드의 수분 젤크림이 나한테 아주 잘 맞았는데, 화해 앱에 검색해봤을 때 무려 20가지 주의성분이 5개였고 EWG 등급이 3등급 이상인 것들이 꽤 있었다. 향료 또한 포함되어있었다. 괜히 이걸 알고나니까 EWG 등급이 1~2등급인 원료들만 사용한 소위 말하는 '착한 성분' 화장품을 써보자라는 생각에 숱한 수분크림을 구매해서 써보게 되었으나... 어느 모 브랜드의 수분 크림을 사용하고나서 나는 이 방랑기를 끝내게 된다.

바로 이 수분크림을 쓰자마자 얼굴이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종된 그 수분 크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분명 화해 앱에서 표시하는 20가지 주의 성분, 알레르기 주의 성분이 모두 0개였을 뿐만 아니라 표기된 전성분이 20개가 안되는 크림치고 아주 간단한 성분을 가진 제품이었다. 게다가 무향인데다가 방부제까지 넣지 않아서 개봉 후 사용기한 또한 굉장히 짧았다. 그 무엇보다 '착한 성분'일 것이라 생각하고 듬뿍 얼굴에 바르는 순간 5분도 채 되지 않아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처음 사용하는 제품이라 그러려니 하고 잠을 청하려고 하였으나 정말 얼굴이 불같이 뜨거워지자 화장실로 달려가서 얼굴을 씻어냈다. 그 다음날 아침까지 눈 주위같이 얇은 피부쪽은 새빨개졌고 오히려 뾰루지까지 얻어 많이 속상했던 적이 있다. 이 수분크림의 무슨 성분이 내게 알레르기를 일으켰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화해 앱 상에서는 이 수분 크림은 알레르기 주의 성분은 0개였다.

(분명 그 화장품은 안전등급의 원료만 사용했던 제품이었다. 향료는 참고로 주의등급이다.) 




장황하게 설명하긴 했지만 요점은 무작정 향이 없는 화장품이라고 나한테 좋은지는 한번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아주 좋은 효능과 발림성을 갖고 있으며 내 피부에 찰떡같이 잘 맞는 제품이 있는데 향료가 들어가있다. 그리고 전성분을 보니 여기에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덕지덕지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나에게 아무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잘만 맞는다. 그렇다 싶으면 이 제품이 착한 성분의 화장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향료 안의 알러젠이 전성분에 어떻게 표기되게 되는지, 또 여기에는 어떤 맹점이 있는지 자세하게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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